미국선 대통령과 통해도 승진 못한다

입력 2011-05-26 18:56

“당신은 이번 자리를 마지막으로 물러나야겠소.”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부의장(해병 대장)은 지난 주말 자신의 신상과 관련해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오는 9월 물러나는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의 뒤를 이어 전 세계 미군을 책임지는 최고 직책을 기다리고 있던 그였다.

미국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간) 카트라이트 합참부의장이 합참의장 후보군에서 탈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의 차기 합참의장 기용은 지난 몇 개월 동안 기정사실로 간주돼 왔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터였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신임도 대단했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카트라이트 부의장에게 직접 차기 합참의장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가 후보군에서 배제됐다고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 정부 소식 전문지 ‘거번먼트 이그제큐티브’에 따르면 그의 낙마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여비서와의 ‘은밀한 관계’ 투서 사건이다. 국방부 감찰부의 내사 결과 ‘부적절한 관계는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소문은 그가 부인과 별거 중이라는 사실과 결합되면서 ‘자기 관리 실패’라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미군 고위층 내부 분위기는 일반사회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그래서 부인과의 별거나 이혼은 승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독신 장교가 장군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독단적인 성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카트라이트 부의장은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주 동료들과 부딪혔고, 그래서 군 지휘부 내 우군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특히 직속상관인 멀린 합참의장과는 처음부터 갈등관계였다. 지난해 군과 행정부 내에서 아프간 전략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을 때 카트라이트 부의장은 멀린 의장과는 다른 생각을 담은 전략보고서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당연히 멀린 의장은 분노했고, 이후 멀린 의장은 그의 합참의장 기용을 대놓고 반대했다.

미 언론들은 일찌감치 그를 차기 합참의장감으로 점찍어 놓은 오바마 대통령도 군 내부의 이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팀플레이가 안 된다’는 군 지휘부의 대체적인 평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합참의장 인사를 재고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실력 있고 대통령과 직접 통했던 해병 대장이었지만, 내부의 반대로 합참의장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합참의장 후보로는 마틴 뎀프시 육군참모총장이 떠오르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