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발표 절대 못 받아준다”-“현실적으로 더 내리기 어렵다”… 이주영·최시중 신경전

입력 2011-05-26 21:32

23일로 예정됐던 통신료 인하 방안 발표가 갑자기 연기된 과정에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방통위가 통신요금 인하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자 최시중 위원장에게 연락해 발표 전 먼저 당과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오전에 병원 예약이 있어서 안 된다”며 부위원장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의장은 “(부위원장은)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고, 결국 오후 당·정 협의를 한 뒤 다음날 발표하기로 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언론에 미리 보도된 통신비 인하 내용과 방통위에서 보낸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 당·정 협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앞서 지난 18일 이 의장은 차관급 인사인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을 국회로 불러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대해 강하게 질책, ‘호통 주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정 협의 무산 당일 오후 이 의장은 최 위원장을 국회 모처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하지만 이 의장은 “이렇게 부실하게 발표할 거면 절대로 못 받아준다. 최소한 통신 기본료 인하 방안을 가져오라”고 으름장을 놨다. 최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더 내리기 어렵다”고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다음 주 예정된 방통위의 통신료 인하 방안 발표를 앞두고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도 ‘서민 정책’은 소신대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서슬 퍼런 여당 새 원내지도부에 방통위가 얼마나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