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잡기 5개월 전쟁… 결국 도루묵
입력 2011-05-26 18:42
5개월간의 기름값 전쟁이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전 부처가 기름값 잡기에 달려들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은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내 휘발유값이 국제유가에 비해 더 오르는 것은 아닌지(비대칭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석유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기름값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 위해 몇 달을 매달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유사 간 담합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결국 석유가격 TF는 기름값을 내릴 만한 묘수를 내놓지 못했고, 공정위는 가격담합은 들춰내지 못한 채 26일 ‘주유소 나눠 갖기’(원적관리) 담합행위에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두 번째로 과징금 규모가 크지만 당초 과징금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고 이 대통령 발언 이후 획기적 기름값 인하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성과물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버티던 정유사들은 지난달 7일 마지못해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은 훨씬 못 미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정유사들이 유류 가격을 지난달 ℓ당 100원씩 내렸지만 주유소 공급가 할인 방식을 선택한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경우 국제휘발유 가격 인상을 감안해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ℓ당 69.92원만 내렸고, 신용카드 할인 방식 등을 택한 SK는 ℓ당 88원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그마저도 3개월 한시적 조치여서 오는 7월이면 정유사들이 내린 기름값은 원상복귀된다. 이러는 사이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져 기름값 문제는 이슈에서 멀어진 상태다.
다음 주에는 기름값과 함께 물가와 가계에 부담을 주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된다.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등 알맹이가 빠져 여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지만 획기적 통신비 경감 방안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