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일반인 리얼리티프로 사생활 노출… 범죄 표적 우려
입력 2011-05-26 15:28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부유한 독신으로 출연한 한 30대 여성 사업가가 범죄의 표적이 됐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 급증하면서 출연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규정 적용이 애매하다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5일 인터넷 카페에서 한탕 범죄를 공모해 인질강도 등을 저지른 이모(26)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자 중에는 사업가 강모(35·여)씨가 포함됐다. 강씨는 18일 오전 2시50분쯤 퇴근하다 서울 서초동 주택가에서 이들에게 납치돼 7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됐다. 강제로 강씨에게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이씨 등은 2700여만원을 빼앗았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지난해 7월 말 특이한 일반인을 소개하는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고가의 바이크(모터사이클)를 타는 부유한 독신 여성으로 출연했다가 범행 대상이 됐다. 이씨 등은 경찰에서 “TV에 나온 강씨를 보고 납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에는 강씨가 사는 아파트 호수, 바이크 번호판 등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영됐다. 인근 지리에 익숙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대로에서 직장으로 가는 길까지 자세히 소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방송을 보고 강씨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아파트 CCTV 위치와 강씨 차량번호까지 치밀하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케이블 방송이 출연자의 신상정보를 여과 없이 드러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해당 방송사는 “출연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동의를 얻은 상황에서 출연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정보가 노출된 것이라 상당히 애매하다”면서 “적용 가능한 규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