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선수들 ‘공모’ 추적… 포섭선수, 동료와 돈 나눈 정황 포착

입력 2011-05-26 21:55


프로축구 K리그 현역 선수 2명이 구속되고 또 다른 구단의 선수 10여명이 추가로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을 받은 선수들이 동료선수들과 나눠 가졌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선수 1명에게 승부조작에 관여한 대가로 1억원 이상을 주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선수들이 공모한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대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정 경기에 어느 선수가 뛸지는 일반적으로 하루 전에 결정된다는 점에서 구속된 브로커 김씨가 팀 내부의 도움 없이 승부조작을 하려했다는 설명은 정황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브로커들이 선수들에게 접근한 수법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고향 선후배임을 내세워 접근한 후 식사를 대접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산 뒤 선수들을 포섭한 것으로 안다”며 “‘선배의 일이니 한 번만 도와 달라’는 식으로 부탁을 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배를 동원하겠다’며 협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로커 김씨는 창원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또 브로커들에게 거액을 제공한 전주(錢主)들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선수들에게 건네진 2억2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혼자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추측이다.

문제가 된 ‘토토식 복권’ 역시 불법 사설복권이 아닌 법적으로 허용된 ‘스포츠토토’ 복권이라는 점이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불법 스포츠복권 사이트는 수백개가 있지만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가된 업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수탁 사업자인 스포츠토토 한 곳뿐이다. 스포츠토토는 경기 결과를 맞힌 사람에게 환급금을 주는 표권으로 1인당 한 번에 10만원까지 구입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브로커 2명과 현직 프로축구 선수 3명 등 모두 5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돈이 나눠진 정황이 있어 수사를 받게 될 프로축구 선수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