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우리동네는 괜찮나”… 미군기지 ‘오염 공포’ 확산

입력 2011-05-26 21:52


경북 칠곡군 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몰 파문이 전국 미군기지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시는 옛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 내 고엽제 매몰 여부와 추가 발견 가능성을 질의하는 공문을 국방부에 발송했다. 또 이날 시민 50명을 캠프 페이지로 초청해 현장 견학을 실시했다. 이는 캠프 페이지도 화학물질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2005년 3월 폐쇄된 캠프 페이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환경조사를 거쳐 토양오염이 확인된 4만8000㎡에 대한 정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원주시에서는 캠프 롱에 대한 환경 조사를 위해 부지 반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기름유출 사고가 났던 캠프 롱에 또 다른 유해 폐기물이 매몰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캠프 롱은 지난해 6월 폐쇄됐으나 아직 반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네트워크 팀장은 “반환 절차 과정에 토지와 지하수 오염에 대한 환경 조사가 포함돼 있다”며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부지 반환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부평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캠프 마켓의 내부 환경 조사와 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지 오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규명을 위해 민간과 지자체도 참여하는 한·미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고 미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캠프 마켓은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에 의해 주한미군이 1989년 독성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448드럼을 국내 폐기물 처리 업자를 통해 처리했다는 미 육군 공병단의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이날 부평 캠프 마켓에서도 캠프 캐럴에서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맹독성 발암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09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캠프 마켓 2차 환경기초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결과 이 지역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학물질 매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부천의 캠프 머서는 국방부가 민·관·군 공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조사단에는 시와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환경부와 육군, 부천시,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또 주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27일 오정동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정부와 시의 조치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배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공동으로 미군부대 주변 지하수 관리공 37개 중 부대에서 가까운 9개에 대한 수질 검사도 이른 시일 내 진행키로 했다.

한편 국방부는 반환 계획에 포함돼 있는 80개 미군기지 가운데 반환이 완료된 48곳 1억4000여만㎡의 부지에 대해 고엽제 매몰 의혹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