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일 땅 팔아 세습독재 유지하나
입력 2011-05-26 18:16
지난 20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아버지 김일성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일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쪽 무단장 하얼빈 창춘은 김일성의 항일 게릴라 활동 무대에 속하고 남쪽 양저우와 난징은 1991년 10월 김일성이 마지막 중국 방문 때 들른 곳이다. 김일성의 최후 방문지를 김정일은 이번에 처음으로 간 것이다. 김일성은 당시 장쩌민 중국 총서기에게 한·중 국교 수립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당시 김일성의 행보를 답습한 것은 중국 측에 북·중 동맹관계의 현주소를 묻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김정일은 25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와 만나고 어제 베이징을 떠났다. 철도여행을 5000㎞ 이상 강행할 정도로 그의 체력은 양호해진 것 같다. 그런 만큼 권력의지도 강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1년 사이에 3번째인 잦은 방중이지만 그렇다고 3대 세습을 강행한 북한이 대외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일은 2000년 “덩샤오핑 노선이 옳았다”고 했고, 2001년 “상하이는 천지개벽 됐다”고 감탄했지만 중국에서 돌아온 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방중은 북한 경제가 곤궁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지원을 얻어내 국내 통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중국 기업과 시장, 베이징의 기술개발 단지인 중관춘 등을 둘러 봤으나 김정일의 의지라기보다 그를 자극해 북한에 경제적 진출을 도모하는 중국의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지원 대가로 나선과 황금평 등 접경지역을 중국 기업들에게 내주어 중국의 발언권을 높임으로써 북한이 흡수 통일되기 어렵게 만들려는 김정일의 정략도 엿보인다.
김정일의 이번 방중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비교할 수는 없다. 여전히 김정일 스스로 북한을 천지개벽케 하겠다는 선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역할은 김정일 사후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능하도록 점진적으로나마 토대를 쌓아나가는 데 있다고 하겠다. 북한의 핵개발과 대남 도발도 억제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