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정신 먹칠하는 승부조작 스캔들
입력 2011-05-26 18:14
경기는 맥 빠진 채 진행됐다. 치열한 공방이 없었다. 골키퍼는 어이없이 무너지고 스트라이커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들의 눈은 전혀 매섭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그들이 흘리는 땀에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운동장을 나서는 선수에게 돈다발을 든 조직폭력배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드디어 소문으로만 나돌던 프로축구에서의 승부조작이 꼬리를 잡혔다.
경남 창원지검이 밝힌 승부조작은 더티 게임의 결정판이었다. 스포츠토토라는 베팅 사이트에서 고액의 배당금을 받기 위해 선수 매수가 이뤄졌고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와 골키퍼에게 1억2000만원과 1억원의 돈이 전달됐다. 지난달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승부조작이 특정 구단이나 일부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3개 구단의 선수 10여명이 연루된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고 한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처음 드러난 승부조작은 국민체육진흥법이라는 실정법을 위반하는 동시에 스포츠세계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범죄다. 선수가 공을 향해 전력질주하지 않는다면, 골키퍼가 날아오는 공에 몸을 던지지 않는다면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이로인해 축구팬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프로축구 붐에 찬물을 끼얹음은 물론이다. 체육계는 대오각성은 물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검찰은 이번 승부조작이 합법 사이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모양이지만 불법 사이트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수백개에 이르는 이들 불법 사이트는 교묘하게 합법 사이트인 스포츠토토를 흉내내기 때문에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의 접속과 베팅이 빈번하다. 여기에 기생하는 조직폭력배도 많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진 불법 사이트를 뿌리뽑아 사행심을 부추기는 근원을 도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