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후] 경협·북핵문제 원칙론만 공감…실질적 진전 없어
입력 2011-05-27 00:2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간 ‘대(代)를 이은’ 친선협조관계를 수차례 강조했다. 반면 경제협력과 6자회담 재개 등 북핵문제는 원칙적인 부분에서만 공감하고 실질적인 진전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후계구도 겨냥, 대대손손(代代孫孫) 친선 강조=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겨냥, “양국의 우애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중대한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두 나라 노(老)세대 혁명가들의 고귀한 넋이 어려 있는 전통적인 북·중 친선의 바통을 굳건히 이어가는 데서 역사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후 주석은 “젊은 세대가 북·중 관계를 잘 계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 주석은 특히 최근 북·중 관계를 ‘새로운 진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정부, 공산당과 인민을 대표해 김 위원장에 환영을 표한다”면서 “이번 방문이 북·중 우애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북·중 협력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이처럼 유달리 양국간 지속적인 친선관계가 강조된 점으로 미뤄 북한 3대세습에 대해 깊이 있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조기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별다른 알맹이는 없었다. 특히 김 위원장의 6자회담 관련 발언은 북한 최고통치권자로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회담 재개 의지를 재천명했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다는 평가다.
◇구체적 경협 논의 미흡, 활성화 미지수=양측은 경제무역 분야의 진전을 평가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중국방문 기간 자신이 관찰한 것을 설명하면서 “많은 놀라운 변화들이 나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의 개혁·개방정책이 정확하며, 과학발전 노선에 생명력이 있다”면서 “북한인민은 이로 인해 고무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후 주석은 “북·중 간 경제·무역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경협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동에서도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북한과 함께 각종 업무 시스템의 작용을 발휘하고, 지방과 기업의 적극성을 더욱 촉진해 상호 협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제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압록강 국경의 신압록강대교 등 건설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각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시켜, 경제·무역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창조하자”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북·중 간 합작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압록강 하류 섬 황금평과 나선(나진·선봉)특구 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황금평 개발과 원정리-나선(나진·선봉) 도로공사 착공식이 미뤄지거나 전격 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정상회담에서 경협과 관련, 이견이 노출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황금평과 나선특구는 북한과 중국이 합작개발하기로 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정상회담이후 현실화될 후속조치로 평가받았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