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후] 시작부터 대형 오보소동 中네티즌들 “민폐” 성토

입력 2011-05-26 21:43

26일 마무리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눈길을 끄는 해프닝이 유난히 많았다.

김 위원장 일행은 과거처럼 북한과 중국 당국의 엄격한 보안 속에 잠행을 시도했지만 수억명에 달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었다. 24일 중국 최대 전자업체인 판다전자를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의 승용차 뒷좌석에 동승한 40대 여성이 포착됐다. 중국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에 나오는 이 여성은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김옥(47)으로 추정됐다.

일부 네티즌은 김 위원장 행렬 때문에 불편함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김뚱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방중 때보다 중국 네티즌들의 성토 목소리가 높아진 듯했다. 경호 때문에 창문도 못 열게 하고, 수시로 교통통제가 벌어지고 중국 철도 운행시간표도 엉망이 되는 등 ‘민폐’를 끼쳤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시작부터 유례없는 대형 오보 소동을 빚었다. 20일 새벽, 중국의 국경도시 투먼(圖們)의 경계가 강화되고 북한에서 국빈급 인사가 방문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후계자 김정은이 중국 방문에 나선 것으로 오인됐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북한 황태자의 첫 단독 중국 나들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오후에 김 위원장으로 밝혀지면서 큰 혼선을 빚었다.

이후 김정은 동행 여부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김 위원장 방문지인 난징(南京)에 북한 국적의 고려항공 항공기가 나타나자 김정은이 뒤늦게 합류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종종 눈에 띄었으며, 이는 방문 일정이 길어지면서 필요해진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쇼핑몰 방문도 이색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23일 낮 양저우(揚州) 숙소 인근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의 생필품 코너를 찾았다. 위원장이 직접 물품을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쇼핑몰 측은 김 위원장의 편의를 위해 쇼핑몰 이용객들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애용하는 특별열차의 외관을 닮은 쌍둥이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포착됐다. 24일 확인된 3량짜리 쌍둥이 열차는 김 위원장이 탄 25량짜리 열차 앞에서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 신변보호를 위한 ‘위장용’, 동행한 김정은이 사용하기 위한 것 등 다양한 추측이 나돌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초청 사실을 공식 확인까지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