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서바이벌 프로, 왜 이렇게 많아
입력 2011-05-26 18:36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지난해 ‘슈퍼스타K 2’가 대히트하면서 조금씩 늘어나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음달부터 더 증가해 10여개에 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차별화에 대한 고민 없이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한 방송사들의 행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다양한 방송을 보고 싶은 시청자의 선택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방송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매주 금∼일요일 각 방송사는 황금 시간대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한다. 금요일에는 ‘댄싱 위드 더 스타’(MBC·오후 10시) ‘도전자’(KBS 2TV·오후 11시5분) ‘기적의 오디션’(SBS·시간 미정)이 방송된다. 토요일엔 ‘불후의 명곡 2’(KBS 2TV·오후 5시50분) ‘톱 밴드’(〃·10시10분) ‘코리아 갓 탤런트’(tvN·오후 11시)가 전파를 탄다. 일요일은 이미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MBC·오후 5시20분),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SBS·오후 5시20분)가 방송되고 있다. 여기에 8월에는 ‘슈퍼스타K 3’(Mnet·금요일 오후 11시)가 가세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송 기간이 최소 2∼3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올 여름 시청자들은 주말에 채널을 돌릴 때마다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트렌드가 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창의적 발상 없이 유행에 편승하는 방송사들 행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탁현민 겸임교수는 “종합편성채널 출범이 예고되는 등 미디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방송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기보다 검증된 포맷을 제작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획일화된 포맷만 확대 재생산돼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많다. 수준 미달의 졸속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쏟아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음악’을 매개로 하지 않는 방송의 경우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중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같은 음악 관련 프로그램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신입사원’ 등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도전자들의 감정을 3∼4분 안에 극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는 노래”라며 “방송사들이 예능의 새 패러다임을 찾지 못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는데 음악 관련 방송이 아니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