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거북이·지렁이들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입력 2011-05-26 17:53
비야, 안녕!/글·그림 한자영/비룡소
톡, 토독, 토도독. 빗방울이 마른 땅을 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걱정할 건 없어요. 고작 뺨을 치는 작은 빗방울들. 콧등을 간질일 뿐입니다. 우리는 몸집이 이만큼 큰 ‘인간’이거든요.
하지만 저 자그만 물방울을 맞는 지렁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혹시 머리에 커다란 물동이를 뒤집어쓴 기분일까요? 어쩌면 샤워기 밑에 선 채 흠뻑 젖은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물꼬물. 흙바닥을 기던 연분홍빛 지렁이 한 마리가 툭! 빗방울 공격을 받습니다. 깜짝 놀란 지렁이 머리가 움찔, 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비는 지렁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거든요. 풀잎을 헤치며 물과 노는 지렁이는 신이 났습니다. 친구들도 나타났네요. 달팽이와 거북이도 비놀이에 동참합니다. 비가 내려 행복해진 달팽이와 거북이, 지렁이의 물놀이를 담은 유아용 그림책. 화선지에 묵과 수채화 물감을 이용해 번지듯 그린 그림이 따뜻하다.
비온 뒤 꼬물대는 지렁이에 자지러지듯 우는 아이에게 보여줘도 좋겠다. 아이는 나와 타인의 입장 차를 느껴볼 수 있다. 올해 황금도깨비상 그림동화 부문 수상작. 장편동화 부문에는 신수현의 ‘빨강 연필’이 선정됐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