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떠밀려 간 탕건 쓴 선비…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입력 2011-05-26 18:21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최두찬(휴머니스트·2만원)
조선에서 온 학자는 명나라 모자 탕건을 썼다. 필담을 주고받던 중국 강남 지식인의 머리에 얹힌 건 오랑캐 모자 홍모. 19세기에도 존명배청(尊明排淸)을 고수하던 조선의 학자와 이를 당혹스럽게 바라보는 중국인의 모습은 조선 후기 최두찬(1779∼1821)의 강남 표류기 속 두 모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선이 무너진 중화의 문화적 적자라는 그의 자부심이 고작 반세기 뒤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를 생각하면,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장면이다.
장인을 만나러 제주에 갔다가 풍랑으로 강남까지 표류한 최두찬이 1818년 4월 8일부터 10월 2일까지 남긴 기록. 16일간의 바다생활과 화려한 강남 풍물이 담겼다. 한서대 부설 동양고전연구소 연구위원 박동욱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