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현 목사와 윌리엄 더니스 풀러 신학교 교수 대담
입력 2011-05-26 15:01
[미션라이프] 한국교회 안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목회와 신학이 먼저 제자리를 찾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한국 목회와 신학을 살리는 길이 ‘개혁주의생명신학’에 있음을 주창하는 장종현(백석학원 설립자) 목사와 목회적 민감성과 선교적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윌리엄 더니스(미국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았다. 지난 21일 열린 개혁주의생명신학회 학술대회 발표를 위해 내한한 더니스 교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필리핀 선교사(1974∼82)로 활동 중이던 75년 아세아연합신학대 방문교수를 지낸 바 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명제로 많은 신학자 및 목회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었는데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장 목사=신학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성령님의 조명에 의해 아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학은 신앙의 지식이요, 신령한 지식입니다. 그 자체가 경건이며 예배입니다. 바른 신학은 이론적 학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생명을 온전히 드러내는 생명의 복음입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에서 ‘생명’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고후 4:10∼11)을 의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생명의 주’(행 3:15)이십니다.
-더니스 교수님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아울러 신학과 목회는 어떤 관계입니까.
△더니스 교수=신학과 목회의 관계를 간단하게 대답할 수는 없는데요. 신학은 하나님과 그분의 사역에 대한 우리의 대화나 반성이라고 한다면 목회는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의 하신 일을 묵상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 이뤄지는 예배와 기도, 찬양과 교제가 우리의 기본적인 신학이 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교회(목회)를 위한 참다운 신학이 필요한데요.
△장 목사=교회를 위한 신학으로 개혁주의신학만큼 좋은 게 없죠. 성경의 가르침을 좇아 행하고 성경에 비추어 보아 그릇된 걸 바로잡는다는 것이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계승한 개혁주의신학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개혁주의신학이 아무리 좋다 해도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빠진 학문적 노력에 불과하다면 사람과 이 땅을 살리지 못합니다.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은 뒤 100여 년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영적 생명력이 약화되고 세속의 가치를 따라가 성장이 둔화됐습니다. 심지어 세상의 비난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개혁주의신학을 표방하는 신학자, 개혁주의신학에 바탕을 둔 신학교육, 목회자들은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신학이 목회와 교회를 위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군요.
△더니스 교수=우리가 하나님께 반응하고 하나님을 묵상하는 기본적인 방법 또는 방식이 바로 신학입니다. 우리의 목회와 선교,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바로 여기에서 나와야 하고 이것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학과 목회를 나눠 생각할 수 없죠. 이런 긴밀성을 고려하면 신학이 당연히 목회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주창하는 ‘신학회복 운동’이 필요합니다.
△장 목사=오늘의 신학이 사변화 되고 철학화 됐습니다. 특히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현대신학의 실증적, 합리적 학문관에 따른 신학 개념을 받아들여 생명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신학이 발달하고 신학자가 많아질수록 교회가 더욱 약화되는 세계동향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세계교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시는가요.
△더니스 교수=개혁주의생명신학은 개혁주의신학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의 신앙운동입니다. 개혁주의신학의 훌륭한 유산들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교회와 세상을 생각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를 살리고 더 나아가 세계교회를 살리는 일에 하나님께서 이 운동을 도구로 사용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모든 환경과 삶은 하나님 안에서 최종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건과 오락 등 일상에서 나타나는 모든 흥미로운 것들은 하나님 안에서만 그 생명력이 있습니다. 교회가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며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장 목사님이 언급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실천항목 중 ‘하나님 나라 운동’, 즉 사회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 신앙과 삶의 전 영역에 그리스도의 주되심이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강조하는 성례가 상징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전체 삶을 통해 확대되고 반복된다면 하나님 나라는 크게 확장될 것입니다.
△장 목사=개혁주의생명신학은 개혁주의신학의 펌프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토대를 놓아 역사적으로 최상의 신학체계로 검증된 개혁주의신학의 마중물로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더니스 교수님은 지난 21일 학술대회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실천항목인 ‘하나님 나라 운동’(제4조항)과 ‘나눔 운동’(제7조항)으로서의 개혁주의생명신학에 대해 언급하셨죠.
△더니스 교수=나눔 운동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교회의 선교적 사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주장입니다. 이러한 나눔 운동의 신학적 근거 또는 토대가 하나님 나라 운동입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신학과 문화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시각적인 예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나름대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선언문 가운데 저의 관심과 접목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교회가 이 시대 희망과 비전의 ‘시적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할까요. 올해 초 출간한 더니스 교수님의 저서가 ‘시적 신학: 일상생활의 개신교적 신학’인데요.
△더니스 교수=조금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할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시는 시적인 공간에 대해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접촉의 공간들을 하나님은 원하십니다. 교회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접촉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의 설교와 성례가 사람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살아있는 이미지가 되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세상 가운데로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불신자들의 관심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영적인 갈망을 이끌어 내고 진정한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일을 위해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장 목사님, 개혁주의생명신학이 과연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을까요.
△장 목사=개혁주의생명신학은 신학자와 목회자 자신이 먼저 하나님 말씀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성령님의 충만한 역사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날마다 누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생명을 신학생들과 성도들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회개운동과 기도운동에 밑거름이 돼야 합니다. 목회자(신학자)가 먼저 성령 충만하면 한국교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권고의 말을 하신다면.
△더니스 교수=지금 우리는 선교의 최적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불확정성과 수많은 자연적인 재해와 인재들로 뒤엉켜 있습니다.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세상 가운데 화해의 중재자가 돼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입니다. 목회자가 완전할 수 없겠지만 조금 욕심을 줄이십시오. 그리고 보다 큰 시각에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십시오.
△장 목사=자신의 지성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매일 무릎 꿇는 신학자를 통해 교회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목회자를 길러내야 합니다. 또 목회자들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생명이 충만한 종들을 통해 조국의 교회를 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며 온 땅에 복음을 전파하실 것을 믿어야 합니다.
진행·정리=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