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장좋은 친구인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 “런던 장애인올림픽 도전해야죠”

입력 2011-05-25 18:51


“물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수영을 하면서 저와 제일 오래 함께 있으니까요.”

25일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수영 경기가 열리고 있는 창원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세진(14·사진)군에게 물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포근한 대상이다. 2009년 5월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잘 알려진 김 군은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양발이 없고 오른손 손가락도 두 개밖에 없다. 의족의 도움을 받아야 땅 위에 설 수 있지만 물 속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다른 운동도 해봤지만 수영이 저에게 제일 잘 맞는 거 같았어요. 무엇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까 물 속에 있으면 행복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김 군에게 물이 친숙하지는 않았다.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수영을 접하긴 했지만 처음엔 물도 많이 먹었다. 이런 김 군을 다잡아 준 것은 어머니 양정숙(43)씨다. 주위에서 ‘계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할 때만큼은 김 군에게 엄격했다. 양 씨는 1998년 자원봉사를 하던 보육원에서 처음 김 군을 만나 인연을 맺은 후 이듬해 입양했다. 기계체조를 했던 양 씨는 김 군에게 수영을 비롯해 자전거, 승마, 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게 하며 조금이라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첫 대회에 참가할 때는 50m 완주도 자신할 수 없었지만 김 군은 결국 터치패드를 찍고 자신의 첫 기록을 세웠다.

“출발대 위에 서있을 때는 항상 기도 해요. 다른 선수들을 이겨서 좋은 등수를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나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긴장도 많이 줄어들어요.”

김 군은 점차 두각을 나타내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을 비롯해 각종 세계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입상했다. 내년 런던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기록이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해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군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함께 또 다른 꿈이 세 가지 더 있다. 의대에 진학해 재활의학과 박사가 되는 게 두 번째 꿈이고, 세 번째 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입양될 아기들이 머무는 아기집 원장이다. 김 군은 이런 꿈을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도 하루 5시간씩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지만 그건 잠시 오는 거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좀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24일 개막해 27일까지 경남 진주시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김 군이 참가한 수영 말고도 육상, 보치아, 역도 등 모두 13개 종목에 16개 시·도에서 1701명의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창원=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