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정상회담] 金, 장쑤성만 들렀나… 부친 ‘김일성 향수’ 때문?
입력 2011-05-25 18:36
중국 동남부 지역을 전격 방문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장쑤(江蘇)성에만 머물다 베이징으로 향한 이유는 뭘까.
김 위원장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무려 2000여㎞ 떨어진 장쑤성까지 내려가 양저우(揚州)와 난징(南京)만 방문한 채 24일 밤 서둘러 베이징으로 향했다. 당초 상하이 등 남부 지방으로 본격적인 경제시찰에 나설 것이란 예측을 무색케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경제 문제와 함께 ‘향수 방중(鄕愁 訪中)’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며 “장쑤성까지 내려간 이유도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년에 투병생활까지 이어지자 평소 보고 싶었던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도 만나고, 부친인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도 있어 장쑤성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무박행진을 벌이다 처음 숙박한 양저우는 김 주석이 장 전 주석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 곳이다. 김 위원장은 양저우 영빈관에서 김 주석과 장 전 주석이 유람선을 타고 수상관광을 즐겼다는 서우시후(瘦西湖)에서 자신도 뱃놀이를 하면서 부친을 추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방중 첫날인 지난 20일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에 들러 김 주석의 항일유적지를 둘러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겨냥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장 전 주석은 중국 권력의 한 축인 상하이방(上海幇)의 거두다. 상하이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권부를 장악한 상하이 출신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장 전 주석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상하이 당서기 출신으로 차기 최고 권력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지원하고 있다. 3대 세습에 대한 공식적 지지입장 표명을 다소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를 압박하는 효과와 함께 김정은의 카운터파트가 될 시 부주석과의 관계도 고려했을 수 있다.
아울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김 위원장에게 더 많은 첨단 산업을 직접 눈으로 보도록 권유하고 있는 것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3성만 방문할 경우 지나치게 중국과의 경제협력에만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장쑤성까지 내려가 산업시찰을 했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이후 진행될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산을 했다는 해석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