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반환된 미군기지 100여곳, 환경오염 조사조차 안했다

입력 2011-05-25 22:07

우리 정부가 2003년 이전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해 사전 환경오염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25일 “2003년 이전에 반환된 100여개 부대 형태의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는 없었다”며 “토양환경보존법이 1993년 제정됐고, 그 이전에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된 부천시 오정동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 역시 93년 반환 당시 환경오염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캠프 머서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토양오염이 확인돼도 미국에 원상복귀 의무가 없고, 치유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화학물질 매립 시점이 60년대로 미국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거한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한 2001년 1월 이전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엽제 매립 의혹을 받고 있는 경북 왜관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럴의 환경오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화 책임은 현재도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있다.

국방부는 2003년 이후 반환받은 미군기지는 미군이 반환 전 환경오염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OFA의 환경오염 정화 대상 기준이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점이 문제다. 실제 정부는 2005년 6월부터 9월까지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미군과 이전기지의 오염정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오염자인 미군이 국내 환경기준에 맞게 기지를 정화해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은 양해각서를 내세워 자체 기준에 따라 오염을 제거한 뒤 기지를 반환했다.

반환 이후 발견된 오염 처리 문제는 한·미 간 합의조차 없어 정부가 대부분 환경오염 처리 비용을 떠안았다. 이미 47개 반환기지의 정화 비용으로 1500여억원이 투입됐고, 향후 반환될 미군기지의 정화 비용까지 고려하면 추가로 투입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미군은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환경오염을 정화했고, 소요된 비용이 얼마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SOFA의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고쳐 주한미군 스스로 오염을 방지하고 제거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불평등한 SOFA 규정을 고치고, 미군기지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25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SOFA가 불평등해 개정될 때가 됐다”며 “만약 미국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제2의 ‘효순·미선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는 “모든 미군기지를 조사해 (환경오염 관련)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실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