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충격… 브로커 ‘검은 손’ 연봉 적은 중소구단 선수 타깃
입력 2011-05-25 18:40
프로축구 지방 중소구단의 선수들이 승부조작 브로커들이 뻗친 검은 마수의 희생양이 됐다.
지방 중소구단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고, 출전기회는 많지만 연봉이 적어 돈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약점을 지니고 있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골키퍼 A씨와 미드필더 B씨는 모두 연봉이 5000만원 안팎이다. 특히 골키퍼는 승부조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승부조작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축구경기가 열리기 전 승부를 예측하고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토토식 복권’에서 쉽게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매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축구계에서는 수년전부터 승부조작에 대한 소문이 공공연히 퍼져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돈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선수 중 돈을 받은 이들이 더 있는지, 승부 조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지난 6일 경부고속도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K리그 주전 C선수의 사인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한 그는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타다 만 번개탄이 있었다. 또 유서는 없었지만 현금 100여만원이 든 은행 봉투가 발견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의 죽음의 배후에 승부 조작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K리그 동료들 사이에서는 “그가 승부 조작에 따른 고민으로 자살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았다. 승부 조작에 연루됐고 조폭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지면서 심적인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극한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팀 내의 주전 경쟁이 주는 압박에 일신상의 이유가 겹쳐서 자살한 것”이라며 승부 조작 연루설을 일축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