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범죄 늘고 흉포해진다… 전체범죄 4년새 38.7% 급증
입력 2011-05-25 18:28
교수·변호사·의사·예술인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저지르는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이 저지르는 폭행 방화 상해 절도 강간 등 강력 범죄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나는 잡히지 않는다”는 지나친 확신이 전문직 종사자의 범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지식이나 경험을 지나치게 믿고 완전범죄를 꿈꾼 채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직 종사자가 벌인 범죄는 2006년 2만9887건에서 2007년 2만9965건, 2008년 3만8037건, 2009년 4만1481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4년 새 38.7% 증가했다.
강력범죄도 함께 늘었다. 강간은 2006년 290건에서 2007년 252건으로 소폭 줄다가 2008년 377건, 2009년 393건으로 늘었다. 방화 역시 2006년 15건에서 2007년 9건으로 줄었지만 2008년 10건, 2009년 1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상해와 절도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살인은 늘었다가 줄어드는 추세를 반복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가 저지른 범죄 중 살인·강간 등 흉악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기준 20.9%에 달한다. 5건 중 1건이 흉악범죄인 셈이다. 이는 공무원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 건수는 2006년 8530건에서 2009년 1만168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강도 강간 살인 등 흉악범죄 역시 1489건에서 1993건으로 증가했다.
전문직 종사자의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전범죄의 유혹, 기득권층의 특혜 축소, 인성교육 부재 등으로 설명했다.
전주대 법경찰행정학과 김연수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도덕 불감증이 팽배해졌다”며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식과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공부하면서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는 일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직 종사자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올바른 방법으로 풀 줄 몰라 범죄 등의 형태로 분노를 해결하는 일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과거 전문직 등 기득권층은 특혜가 많았고 또 이를 이용해 음성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특혜가 많이 사라지면서 범죄가 느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제도권 교육이 도덕이나 인격수양 등을 다루지 못하고 경쟁 위주의 지식 전달만 강조하다 나타난 폐해”라며 “전문직 종사자가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자격을 잃어가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