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더 이상 ‘보금자리’ 아니다
입력 2011-05-25 18:22
분양가 비싸고 입주 하세월 지을 곳도 없고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보금자리주택이 도입 3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분양가는 높고, 청약부터 입주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부지도 찾기 어려워졌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거’라는 당초 보금자리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사전예약이 이뤄진 보금자리주택단지 4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전예약 이후부터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년1개월이었다. 일반 민간아파트보다 대략 12∼18개월 더 걸리는 셈이다. 특히 시범지구인 경기도 하남·미사지구(A20단지)의 경우 5년2개월이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본청약보다 1년 먼저 이뤄지는 사전예약제도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사전예약제는 당초 주택 수요자를 미리 확보하고 주택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하지만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과 지역 원주민들의 반대로 보상일정 등이 지연되면서 사전예약 이후 본청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청약 일정이 늦어질 경우 입주 예정자들은 거주 및 이주, 자금 융통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 기간(7∼10년)은 본청약 계약이 이뤄진 시점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본청약이 지연될수록 당첨자들은 불리해진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제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금자리주택의 고분양가 논란도 식지 않고 있다. ‘반값 아파트’로 비유됐던 보금자리주택이지만 당초 취지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민간주택시장 침체 및 과도한 시세차익 방지 차원에서 주변 시세의 80∼85% 수준에 맞추도록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5차 지구(과천지식정보타운)의 경우 최저 80% 수준의 주변 시세(해당 지자체 기준)를 적용하더라도 3.3㎡당 평균 2000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다급하게 “주변 시세의 기준을 해당 지자체 외에 인근 지역까지 폭넓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무줄 분양가’라는 비판이 더해졌다.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급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지구도 더 이상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연말에 지정되는 6차 지구부터 소규모 단위의 개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LH 등은 향후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도심 인근의 30만㎡ 안팎의 부지를 활용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 부지가 축소되면 토지보상 등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사업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민간아파트 시장의 위축을 막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에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추가로 들어설 경우 주변 시세를 고려하더라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될 수밖에 없어 서민용 주택으로 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