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할리우드 액션

입력 2011-05-25 19:07

축구 경기에서 할리우드 액션은 심판을 속여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내려는 행위를 말한다.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져 비디오 판독을 해도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심판이 순식간에 벌어지는 할리우드 액션을 족집게처럼 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할리우드 액션을 적발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한·일월드컵 경기부터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해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해 옐로카드(경고)는 기본이고 레드카드(퇴장)까지 꺼내들 수 있도록 했다. 벌금도 함께 물렸다.

한·일월드컵 때 할리우드 액션 ‘스타’로는 이탈리아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와 브라질 스트라이커 히바우두를 들 수 있다. 토티는 한국과의 16강 연장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을 쓰다 퇴장당했다. 축구 황제 펠레가 “토티 없는 이탈리아 팀은 상상할 수 없다”고 극찬한 게임메이커 토티의 공백은 팀 패배로 이어졌다. 당시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이 수비수 최진철에게 다혈질인 토티를 자극해 자제력을 잃게 하라고 주문할 만큼 토티는 한국 대표팀의 경계 대상 1호였다.

히바우두의 할리우드 액션은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그는 조별리그 C조 경기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는 도중 터키의 하칸 윈살이 차준 공에 무릎을 맞았다. 그런데도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연기에 속은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고 누적인 윈살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히바우두는 쾌재를 불렀으리라. FIFA 상벌위원회는 나중에 히바우두에게 1만1500스위스프랑(약 920만원)의 벌금을 물게 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를 실격시킨 미국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은 배우 뺨칠 정도다. ‘반칙왕’ ‘공공의 적’이라고 비난했던 한국 팬들은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선수를 밀친 오노가 실격 처리되자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경찰이 뺑소니 논란을 빚은 탤런트 한예슬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자가 한씨 차량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적고, 설사 부딪혔더라도 충격이 미미했을 것이라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경찰이 받아들인 것이다. 피해자가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진 않았더라도 대응이 조금 과했다고 본 것 같다. 그동안 한씨의 마음고생이 컸겠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