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DMZ外 지역에도 고엽제 살포… 퇴역 주한미군 2명 폭로

입력 2011-05-25 22:16

미군이 고엽제를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비무장지대(DMZ) 이외 지역에도 살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미군이 한국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고엽제를 개발했던 사실이 25일 드러났다.

1968년과 77∼78년 두 차례 주한 미2사단에 근무했던 래리 앤더슨씨는 2009년 8월에 퇴역 주한미군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여러 지역에 고엽제를 살포했음에도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무병으로 68년 의정부 캠프 스탠리에 근무했던 그는 “그해 봄부터 여름까지 캠프 안 모든 건물 주변에 고엽제를 뿌렸다”며 “또 비무장지대와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여러 곳에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앤더슨씨는 또 “그 무렵(78년) 2사단 전체 창고에 저장돼 남아 있던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우리 부대만이 아니라 전 부대에 내려진 일제 명령이었다”고 밝혔다. 이때는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에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주장한 시기와 비슷한 시점이다.

미2사단은 임진강 북쪽과 판문점 남쪽 서부전선을 방어하는 부대다. 경기도 파주 연천 문산 동두천 의정부 포천 등에 기지가 분산 배치돼 있다.

다른 퇴역 주한미군 래리 킬고씨도 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60, 70년대에 걸쳐 비무장지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광범위하게 고엽제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가 ‘한국전쟁 중 사용 가능성’(potential deployment in the Korean Conflict)을 상정해 맹독성 고엽제를 본격 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국방부가 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전술 제초제 발달사: 테스트, 평가, 저장’이라는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육군 생화학연구소는 한국전쟁 기간 중인 52년 전투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첫 주요 고엽제인 에이전트 퍼플(the first major tactical herbicide:Purple)을 개발했다. 이후 에이전트 오렌지·블루·화이트 등 다섯 가지 고엽제가 개발 완료됐다. 보고서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고엽제를 연구하게 시작한 미 국방부가 한국전쟁 중 사용할 것에 대비해 본격 연구·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엽제를 공중에서 살포하는 기기도 개발을 완료했다.

개발된 고엽제와 공중살포 기기는 결국 한국전쟁에서 사용되지 않았고 괌에 그대로 보관됐다. 이후 이 고엽제는 베트남전에서 사용됐으며,공식적으로는 68년과 69년 두 차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살포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