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봄날은 간다

입력 2011-05-25 18:00


제 핸드폰 컬러링이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많은 가수 중 한영애 음색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지난달엔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이었습니다. 요즘 청춘들에겐 한영애 박인희가 낯설겠지요. 최근 TV 프로그램 ‘세시봉’을 통해 알려진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 등의 반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 이영애가 연인으로 나와 보여준 삶의 서정과 아픔도 제목을 잘 드러내네요. 유지태가 마음이 떠난 연인 이영애에게 그럽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찾아 헤맵니다. 사랑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더 사랑하고, 더 사랑해 주다 끝내 쓰라린 상처만 부여안습니다. 그 상처가 꼬들꼬들해지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우리네 사랑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이 한가로워지는 자적(自適)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기억도 아득한 그 먼 시간, 사랑에 상처받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잠이 들고 깨어보니 봄꽃 떨어진 뜨락에 햇빛이 눈부실 때…아, 그렇게 봄날은 가는 것이지요. 한 평생 우리는 사랑을 품고 살다 사랑을 얻지 못하고 그 많은 봄날을 보냅니다.

지난 23일 이 봄날, 저는 경기도 포천 평강식물원에서 꽃구경 하고 왔습니다. 볼과 신록에 스치는 바람이 너무나 안온하여 마음의 평강(平康)이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사랑의 결과는 바로 이와 같은 평강의 상태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사랑의 결과는 적요(寂寥)에 놓여 있습니다. 적적하고 고요하여 늘상 외롭습니다.

한데 교회 사모이장 김문희씨, 기타강사 강형재씨 사연을 읽으면서 그들이 참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평강이 있고 은혜가 있어서입니다. 봄날이 갑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