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흙은 생명입니다

입력 2011-05-25 17:54


흙을 만질 기회가 점점 없습니다. 흙과 나무와 꽃 이제 사람들에게 잊혀가는 진흙은 우리들에게 멀리 있습니다. 진흙을 만지며 놀던 유년시절 부모님께 혼나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 보면 흙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흙을 가지고 집을 짓기도 하였고 소꿉장난도 흙으로 하였습니다. 신부가 되는 것도 어른이 되어 가는 것도 흙을 가지고 놀며 다부진 생각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흙은 우리에게 정감과 감성덩어리였습니다. 알다시피 흙은 꿈을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지요. 생각해 보니 장성한 후 흙을 가지고 놀던 때가 딱히 서너 번 있었던 기억뿐입니다. 대학시절 조소시간 인체 두상을 만들며 사용한 진흙이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흙이 참으로 부드럽고 어머니와 닮았으며 고향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흙은 내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몇 년 전 갯벌에서 낙지와 조개를 잡으며 발가락 사이로 끼여 올라오던 흙으로부터 흙은 결국 생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흙과 땅에서 멀어져 가는 우리들이 가끔씩 흙장난을 하며 흙의 소중함을 알면 어떨까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가끔씩 흙장난을 하며 아이가 돼 가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처럼 말이죠.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