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조기 관세화 추진에 차질 없도록
입력 2011-05-25 17:38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쌀 시장 개방)’를 추진한다.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한 데다 2004년 협상에서 결정된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매년 약 2만t씩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의무수입물량은 30만7000t이나 된다. 더 이상 쌀 시장 개방을 미룰 수 없다.
만시지탄이다. 진작 쌀 관세화를 이뤘다면 의무수입물량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쌀 재고 문제도 그리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이 곧 우리나라 쌀농사를 고사시킨다는 저간의 편견이 작용했기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10년 동안 개방 유예를 받았다. 이어 2004년 협상에서는 2014년까지 쌀 관세화를 미루는 대신 매년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쌀 관세화 유예는 나름 의미가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근래 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더불어 쌀의 국내외 가격차가 줄어든 데다 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관세를 감안하면 수입쌀의 가격경쟁력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현재 쌀 재고량은 220만t인데 의무수입물량의 30%는 밥쌀용 쌀로 규정돼 있어 MMA 방식이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관세 상당치, 국내외 가격, 환율 등을 전망해서 따져볼 때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이상으로는 외국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어차피 2015년부터는 쌀 시장 개방이 예정돼 있는 만큼 조기 관세화를 통해 의무수입물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중도 관세화 전환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고 검증받는 절차가 있으므로 서둘러야 할 것이다. 내년부터 관세화 전환이 가능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 한 해 늦어지면 그만큼 의무수입물량은 늘어나 조기 관세화의 의의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