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 또… 입국 9개월만에 살해돼
입력 2011-05-25 01:30
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에 시집온 지 9개월 만에 남편에 의해 살해됐다.
불과 10개월여 만에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다시 발생하자 베트남주재 한국 대사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24일 오전 1시10분쯤 경북 청도군의 한 원룸에서 임모(37)씨가 베트남 출신 아내 황모(23)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원룸에서 200여m 떨어진 지하도에서 속옷 차림으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임씨를 붙잡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 임씨가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이혼문제가 나오자 격분해 아내를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숨진 황씨는 지난해 4월 베트남 현지에서 임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같은 해 8월 3일 국내에 들어왔다. 황씨는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국어 교실에도 부지런히 다녔다고 한다.
황씨는 입국 후 시댁에서 살았으나 집안 문제로 지난해 10월 5일부터 11월 22일까지 경북지역의 한 이주여성 쉼터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쉼터 관계자는 “상담해본 결과 가정폭력은 없었고 가족 간의 다른 문제 때문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쉼터로 찾아왔다가 남편과 함께 가정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말했다.
쉼터에서 나온 황씨는 시댁에서 분가해 그동안 원룸에서 생활해왔으며 지난 5일에는 남자 아이를 출산했다.
한국인 남편에 의한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의 피살 사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은 긴급 직원회의를 소집하고 정확한 내용 파악에 나섰다.
대사관 측은 경찰, 여성가족부 및 문화관광체육부 파견 주재관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도록 하는 한편 이번 사건이 몰고 올 여러 가지 파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에서 정신병력을 가진 한국인 남편에게 피살된 탓띠황옥씨 악몽이 생생한데 10개월여 만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결혼소개업소에 대한 감독 강화와 특히 한국인 남성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 등을 제도화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위탁으로 결혼 이주 대상 여성들을 상대로 한국문화원에서 현지교육을 실시 중인 NGO 코쿤 측도 피살상황을 파악하면서 이주 여성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도=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