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한 50대 유명 대학교수 구속
입력 2011-05-25 01:23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50대 대학교수가 결국 구속됐다.
명문대를 나와 컴퓨터 범죄 전문가로 각종 명성을 쌓았던 그의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산지법 한영표 영장전담 판사는 24일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박모(50)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학교수 강모(53)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혼 1년 만에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강 교수의 이력은 화려했다. 강씨는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명문대를 나왔고, 계산통계학 석사를 딴 뒤 1985년 경남 모 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됐다. 2005년엔 한국컴퓨터범죄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엔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단장을 맡아 정보기술(IT) 분야 인재를 배출하는 데 앞장서 왔다.
강 교수는 컴퓨터 네트워크, 데이터 통신 등의 분야와 관련된 각종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는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쳤고, 남부러울 정도의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강씨는 7년여 전부터 알고 지낸 박씨에게 이혼사실을 숨긴 채 지난해 3월 박씨와 결혼했다. 이후 성격 차이와 금전 문제로 결혼 초기부터 가정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박씨는 결혼하면서 강씨에게 준 결혼지참금 명목의 돈 4억여원을 돌려 달라며 결혼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재판이 예정된 날에 부부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은 ‘없던 일’이 됐다가 올해 1월 이번에는 강씨가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이후 박씨는 갑자기 실종됐고, 50일 만인 지난 21일 부산 을숙도에서 쇠사슬에 묶여 가방 속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씨를 긴급체포해 통신 내용과 승용차 내 혈흔, 가방 구입 등을 증거로 사흘 만인 23일 밤 자백을 받아냈다. 강씨는 현재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미리 시신을 유기할 가방과 쇠사슬을 구입한 점, 시신유기 장소를 미리 물색하는 등 범행과정 곳곳에서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른 실체적 진실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강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시체 없는 살인’과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된 점에 미뤄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유기 등 범행에 다른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