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 파문 확산] 1978년 美 환경사고 ‘러브 커낼’ 터지자 주한미군도 서둘러 매립?
입력 2011-05-24 22:20
주한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립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978년 미국에서 일어난 ‘러브 커낼(Canal·운하)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 크게 논란이 된 이 사건은 퇴역 미군이 주한 미군기지 내에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주장한 1978년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주한 미군이 그해 왜 유해 화학물질을 갑자기 처리했는지 단서가 된다는 이야기다.
‘러브 커낼 사건’은 1940년대 미국 화학회사가 뉴욕주 나이아가라 인근 지역 러브운하 공사현장이었던 학교부지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매립, 학생과 주민의 각종 질환을 유발한 환경 사고다. 미 연방정부는 30여년이 지난 1978년 이 지역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235가구 주민을 이주시켰다. 해당 회사가 매립한 화학물질은 바로 고엽제 성분에 포함돼 있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유해물질이었다.
또 1978년은 국제사회에 고엽제 피해가 점차 알려지면서 미국과 호주 등에서 베트남전 참전자들이 고엽제로 인한 각종 질환을 호소하며 고엽제 제조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한 해다. 이처럼 당시 미국에서 고엽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주한 미군도 서둘러 매립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한 미군은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온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옮겨진 오염물질 목록에서 고엽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한 미군은 23일 캠프 캐럴 현장 공개와 현황 브리핑에서 1978∼1980년 기지 내에 제초제, 살충제, 솔벤트 등 오염물질과 오염된 토양을 매립했다 다시 캐내 기지 밖으로 옮겼다면서 반출 목록에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고엽제도 제초제의 일종이라 미군이 명칭을 통합해 쓰면서 기록에서 고엽제가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군이 반출했다는 오염물질의 행방을 비롯해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주한 미군이 경기도 부천 미군기지에도 대량의 유해물질을 매립했다는 증언이 나온 데 대해 “러브 커낼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며 “전국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특별 점검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