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총수 지분 많을수록 일감 몰아준다

입력 2011-05-24 22:02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을수록 관계사 매출 비중이 커지고, 반대로 낮으면 매출 비중도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가 실제 일어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24일 발표한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66개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은 평균 44%로 전체 매출액 중 57%를 관계사 매출로 충당했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은 관계사 매출 비율이 66%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두산 동현엔지니어링, 태광 티알엠, GS 코스모앤컴퍼니는 관계사 매출 비율이 각각 82%, 95%, 90%에 달했다.

반면 총수 일가 지분이 50% 미만인 기업은 관계사 매출 비율이 52%로 적었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무쇼핑, 코오롱아이넷, 대림그룹의 삼호 등은 총수 일가 지분이 각각 4.58%, 0.73%, 0.02%로 관계사 매출 비율이 2.1%, 0.7%, 8.9%에 그쳤다.

또 총수 일가가 보유 지분을 줄인 기업 20개 중 90%(18개)는 관계사 매출 비율도 낮아졌다. SK 그룹의 리얼네트워크아시아퍼시픽은 매출의 90%가량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충당했으나 총수 일가가 2006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 직후부터 관계사 매출이 10%대로 급감했다. 이 의원은 “총수 일가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상위 1∼5위 그룹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 계열 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5조8340억원 중 관계사 매출 비율이 89.3%로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번 보고서는 상호출자제한 38개 기업집단 중 지배주주 지분 확인이 가능한 66개 기업의 11년간(2000∼2010) 거래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한 부동산관리·임대업, 운송·무역업, 시스템통합 등 전산, 광고업 등 4개 업종만 조사했다.

이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법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계열사와의 매출액 비중이 일정 규모를 넘는 기업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중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또 상속·증여세법이나 법인세법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