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북한판 ‘남순강화’ 성공… 對美 관계개선이 관건

입력 2011-05-24 18:4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중국 동북3성과 남부 주요 경제도시들을 시찰하면서 ‘북한판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순강화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1∼2월 중국 남부도시를 순방하면서 개혁·개방을 제창했던 일화를 말한다. 그러나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대외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이는 북한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90년대 초반 나진·선봉지구나 2002년 신의주 행정특구의 실패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 요소다. 북한이 벤치마킹하려는 중국과 베트남의 성공사례에서 보면 미국과의 수교가 본격적인 경제개발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북·미 간에는 비핵화라는 높은 벽이 존재한다. 6자회담이 공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지난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을 공개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무역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남한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한 요소다. 미국은 워싱턴(북미대화)으로 오려면 서울(남한)을 꼭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인해 남한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고사하고 막대한 군비 지출로 인력과 자원을 경제발전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 군사비는 2006년 4억7000만 달러, 2007년 5억1000만 달러, 2008년 5억4000만 달러, 2009년 5억7000만 달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방연구원은 실질 군사비는 이의 13∼15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부족도 큰 부담이다. 김 위원장은 2001년 1월 중국 상하이를 둘러본 뒤 이듬해 7월 시장경제적 요소를 대폭 도입한 이른바 ‘7·1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2007년 4월 개혁파인 박봉주 총리를 실각시키고 2009년 12월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등 계획경제로 회귀했다. 당시 북한에 들어와 있던 화교 자본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실패를 통해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한 경제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합작 개발하는 황금평이나 나진·선봉의 경우도 중국의 여러 특구들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어 중국 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