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입 사치품 변화] “유엔제재 무기력해진 건 北특수성·中비협조 탓”

입력 2011-05-24 18:39


美 한반도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PIIE 선임연구원 인터뷰

“독재는 민주주의보다 제재(Sanctions)에 둔감합니다. 기근으로 100만명 가까운 사람이 죽어도 살아남는 체제라면 웬만한 제재에는 꿈쩍도 않습니다. 이 경우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매우 집중적이고, ‘스마트’해야 합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마커스 놀랜드(사진) 선임연구원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무기력해진 원인으로 북한의 정치적 특수성과 중국의 비협조를 꼽았다. 고통에 대중의 반응이 더딘 것은 물론 다자간 무역제재에 비상구를 제공하는 중국까지 있으니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본보의 대북 금수품목인 사치품 수출입데이터 조사 결과를 보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유엔의 제재조치(2006, 2009년)에도 (회원국의) 대북 사치품 수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건 유감스럽다. 일부 국가들, 특히 중국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책무를 이행하는 데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치품과 달리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의 대북 금수조치가 상대적으로 잘 지켜지는 이유는.

“무기 금수조치는 방어적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반면 사치품 금수조치는 징벌적인 성격을 띤다. 때문에 (각국이) 후자보다 전자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사치품 금수조치가 포함된 배경은.

“포괄적인 제재조치는 해당국 취약계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반면 의사결정권을 쥔 엘리트층에는 미미한 고통만 안겨준다. 대상의 폭을 보다 세밀하게 좁힌 스마트 제재(smart sanctions)는 일반 대중보다 의사결정권자에게 정밀하게 유도된 충격을 줄 수 있다. ”

-한국의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채택 후에도 남북경색 완화를 이유로 국내 이행조치를 않다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직후에야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사치품 금수조치 관련 중국 등의 비협조에는 제1 이해당사국인 한국의 이런 태도도 외교적 변명거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흥미로운 지적이다. 한국의 이행조치 미비가 중국이 사치품 금수조치에 비협조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진 않았겠지만 손쉬운 외교적 방어논리가 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활동도 위축시키고 있다.”

정동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