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사회 속 하나의 기능으로까지 전락”… 감신대 신학공개강좌
입력 2011-05-24 18:39
“오늘날 교회가 환상을 상실했기 때문에 사회나 국가를 부정할 근거가 없어졌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24일 오후 서울 냉천동 감신대 백주년기념관 중강당에서 열린 ‘神(신) 없는 세상, 神(신) 앞에 선 교회’ 주제의 신학공개강좌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 마디로 신앙이 사회를 이끌어가기는커녕 사회 속의 한 기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교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열정, 곧 환상을 품는 일이야말로 세속화시대 신앙과 기독교의 새 차원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의 국교화를 거부했던 키에르케고르, 독일 교회의 나치즘 추종을 반대했던 본회퍼, ‘저항의 신학자’ 이신 등을 거론하며 “국가교회는 시대정신을 좇고 인간의 취향에 맞추기 때문에 성서의 그리스도를 오늘에 재현시킬 수 없는 치명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시대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 열정을 견지하고 가르쳐야 할 엄숙한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재 감신대 교수도 발제에서 “한국 교회가 여전히 성직자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철저히 중세적”이라며 “성직자주의는 신분이나 서열의 차이가 아닌 기능상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교회가 맞닥뜨린 위기와 관련,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때론 세상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