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입 사치품 변화] 北 사치품 수입, 고급車 ↓… 화장품·골프용품 ↑

입력 2011-05-24 22:48

국민일보, 유엔 무역통계시스템 통해 2000년 이후 내역 분석

북한 지도층이 외국에서 사들여 소비하는 사치품목들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제 유지를 위한 당간부용 선물의 대표 격이던 고급차량(2500cc 이상) 수입은 줄어든 반면 화장품과 골프용품 등은 2009년 이후 급증했다. 남북 교역단절 등으로 북한의 외화수입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소수의 충성 엘리트 보상용으로 사용돼온 수입 사치품이 3대 권력이양 무마용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본보가 유엔의 무역통계시스템(Comtrade)을 통해 2000년 이후 각국의 수출입 통계 가운데 무역대상국을 북한으로 신고한 데이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2000년 3281만9000달러이던 북한의 수입 사치품은 1차 핵실험(2006년 10월) 직전인 2005년 5785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718호(2006년)와 1874호(2009년) 채택을 전후해 주춤했지만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 사치품목을 보면 고급 승용차 대신 화장품, 골프용품, 가죽제품이 크게 늘었다. 배기량 2500cc 이상인 승용차 수입규모는 지난해 12만1676달러로 유엔 대북제재안이 통과된 2006년 대비 82.2%나 줄었다. 반면 골프용품은 같은 기간 2만2873달러에서 114만1874달러로 50배나 뛰었다. 향수(231.8%), 화장품(395.5%) 역시 같은 기간 폭증세를 보였고, 위스키도 36.7%의 증가세를 보였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 현지지도를 많이 하고 있다. 지방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는 의미인데, 선물용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필요에 의해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사치품 수입경로는 유엔 대북제재를 전후해 중국으로 크게 쏠렸다. 홍콩을 통한 우회수입도 늘었다. 중국과 홍콩은 대북 사치품 수출규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콩 당국은 본보에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에는 사치품 리스트나 주석이 달려 있지 않아 현재 (홍콩 수출입 규정에) 빈칸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공식 답변서를 보내왔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