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공권력 전격투입 배경… “파업 장기화땐 자동차 산업 치명타” 속전속결
입력 2011-05-24 21:54
경찰이 유성기업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 사태에 공권력을 전격 투입한 것은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업계 전반에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던 쌍용차 사태의 전철을 밟기라도 하면 국가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경찰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사는 전날 저녁부터 노조 측에서 요구해 온 ‘주간 2교대제 도입’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직장폐쇄 이후 첫 협상을 가졌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유성기업 노사는 지난 1월부터 12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지난 18일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이튿날 아산공장 앞 도로에서 유성기업 용역업체 직원이 모는 승용차에 노조원 13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격앙된 노조가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가면서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유성기업 사태가 자동차 업계와 민주노총의 대리전 성격을 띠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자동차 등 5개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현대·기아차는 유성기업 부품 재고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현대차의 생산 차질이 스타렉스 등 320여대 56억원, 기아차의 생산 차질은 카니발 등 670여대 16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초 현대·기아차는 유성기업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달 말까지 4만8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827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유성기업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이달에만 5개 완성차업체에 생산 차질 5만대, 매출 손실 8500억원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유성기업의 파업은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5000여개 부품업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부품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등 자동차 업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성기업 노조의 생산현장 복귀를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업체 한 곳의 파업으로 30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효율만을 중시하는 부품수급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성기업은 납품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에 시간당 1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돼 있는 만큼 이번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게 됐다. 현재 유성기업의 피해액도 10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기자, 아산=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