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헤지펀드, 시행령 고쳐 연내 도입”… 학계 “투자 위험 높은 상품 졸속 우려”
입력 2011-05-24 21:42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시간이 걸리는 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이라는 ‘비상수단’을 써서라도 연내에 헤지펀드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헤지펀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인데 이렇게 서둘다 졸속으로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안과 미래’ 세미나에서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다 보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연내에 헤지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의지대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손볼 경우 이르면 4∼6개월 뒤엔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헤지펀드는 제한된 숫자의 투자자들로부터 차입·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2009년 자본시장법을 시행하면서 헤지펀드 격인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집합투자기구’를 도입했지만, 적격투자자의 범위가 연기금 등으로 제한되고 투자 자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투자하도록 정해 외국과 같은 헤지펀드는 국내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펀드·연금실장은 주요 쟁점인 개인투자자의 헤지펀드 투자금액을 최소 5억∼10억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헤지펀드 운용업자의 인가요건을 자기자본 40억∼80억원 수준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입장이다. 가울투자자문사 한규봉 대표는 “최소 투자금액을 5억∼10억원씩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헤지펀드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투자자 제한을 엄격히 하고 감독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헤지펀드 도입을 서두르는 데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저축은행, 우리금융 매각 등 현안이 산적한데 자본시장법 개정을 회피해 시행령을 통해 헤지펀드를 도입하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역외투자의 경우 실패하면 국내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어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