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김명호 소장 “세계 유명업체와 어깨 겨루며 프로젝트 참여해 뿌듯”

입력 2011-05-24 22:08


(18) 현대중공업 카타르 라스라판 펄 GTL 공사

지난 19일 카타르 라스라판 펄 GTL 공사 현장에 있는 김명호(55·사진) 소장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지도와 설계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찍은 사진도 걸려 있었다. 김 소장은 2008년 11월 3일부터 펄 GTL 공사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2003년 나이지리아 보니섬 원유터미널 설치 현장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파견 근무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따가운 햇살에 검게 그을린 피부가 노란색 작업복과 대조됐다.

펄 GTL 공사는 10월 13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감회가 어떨까. 김 소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남는 게 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을 제시해 플랜트 사업을 따내곤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일본 지요다, 미국 CB&I, 프랑스 LINDE 등 세계 유명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며 일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GTL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이해가 안 된다고 하자 김 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에 화학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메탄가스(CH왺)에 산소(O왶) 2분의 1이 결합하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왶) 분자 2개가 생기죠. 여기에 카타리스트(촉매제)를 넣어주면 탄수화합물인 에틸렌(CH왶)과 물(H왶O)이 생성되는데 CH왶가 바로 석유제품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천연가스에서 메탄가스를 정제해내는 일을 하죠.”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는 회의 때도 곧잘 복잡한 화학식을 줄줄 외운다고 했다.

김 소장은 매일 오전 4시30분 일어나 5시면 현장에 도착한다. 7시30분엔 현대중공업, 지요다, 발주처인 카타르 셸(Shell)사 관계자들이 모여 현장회의를 한다. 회의가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와 이메일을 확인하고 현장을 둘러보며 애로사항을 체크한다.

지난 17일엔 입사 3년차 현대중공업 사원 215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김 소장은 “젊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우리 회사가 해외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자랑스럽고 가슴이 벌렁벌렁한다’고 말하는데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해외 현장 근무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느냐고 묻자 “40살 넘어서 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무엇보다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3년차 직원들이 사진 많이 찍어갔으니까…. 아이들도 아빠 모습 곧 보겠죠”라고 말했다. 김 소장의 아들, 딸은 모두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다.

김 소장은 1982년 12월 4일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플랜트사업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등의 분야에서 일해 왔다.

라스라판=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