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前 부실대학 정리… 한나라, 퇴출 사학 혈세로 연명시킬 우려 사전 차단

입력 2011-05-25 09:55

한나라당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등록금 인하 움직임에 발맞춰 부실 대학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키로 했다. 대학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정원도 채우지 못해 퇴출돼야 하는 부실대학을 연명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24일 황우여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6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중점처리법안 76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2009년 12월 제출된 이 법안은 지난 4월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됐고, 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법안 처리가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최근 “부실한 사립대학이 너무 많이 난립해 교육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며 “대학등록금 인하 문제를 포함해 부실 대학을 정리하는 관련 법안은 새로운 정책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학법 개정안의 핵심은 퇴출 사학의 ‘잔여 재산’ 처분권의 확대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사립대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을 국고나 다른 사립대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학 설립자가 원하면 재단을 해산할 수 있고, 대학부채 탕감 등 해산 절차에 필요한 경비를 공제하고 남은 돈을 사회복지법인 재산으로 전환이 가능토록 했다. 사립학교 운영자가 사회복지법인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남은 재산을 자신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또 사학재단을 처분하고 남는 돈으로 새로운 사회복지법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현 사립학교법 체제에서는 학교법인 재산 포기에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아 합병·해산 등 구조개선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법안이 통과되면 사학의 진입·퇴출이 용이해져 사학 간 경쟁이 촉진되고 대학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학등록금 인하에 앞서 부실 대학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성린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모임인 ‘민생토론방’ 정례 모임에 참석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학 구조조정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등록금 인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가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옥임 의원도 “사립대를 구조조정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는데, 이를 통과시켜 구체적인 효과를 내도록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