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박병광] 김정일 訪中과 중국 역할

입력 2011-05-24 17:3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중은 2000년대 들어 일곱 번째이고, 지난 1년 새 벌써 세 번째다. 당초 국내외 언론과 정보기관은 김정은의 방중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정작 이번에도 무대 전면에 나선 것은 김정일이었다. 또 다시 중국을 찾은 김정일의 행보가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김정일을 초청한 중국의 셈법은 무엇일까.

北, 중국 통한 활로 찾기인가

그만큼 북한의 대내외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경제사정은 어쩌면 외부 세계에서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남한은 물론이고 서방세계로부터 원조를 받지 못함으로써 최소생존의 활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한 ‘화폐개혁’ 역시 실패에 그침으로써 물자 및 식량 부족은 악화일로에 있다. 위기에 몰릴수록 자국 경제 회생의 유일한 ‘활로’이자 ‘숨통’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을 찾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인해 국제적 고립이 가속되고 있다. 비록 중국이 북한을 비호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행위다.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국제사회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가장 의지할 만한 후원자는 역시 중국이다.

북한은 후계체제 구축 및 대내적 정치 안정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중국은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내정불간섭 원칙에 따라 후계 문제에 대한 북한 결정을 ‘수용(接受)’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 내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대 세습 후계체제에 대한 비판 및 50대의 시진핑(習近平)과 20대의 김정은이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 자리하는 데 대한 불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김정일로서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중국 지도부와 최대한 우호를 다짐으로써 대를 이어 북·중관계가 발전하는 초석을 다지고자 할 것이다.

요컨대 김정일의 방중은 단지 어느 한 가지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북한이 처한 대내외 사정이 복잡한 만큼 방중 배경과 목적 역시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을 초청한 중국의 속내 역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말한 것처럼 단지 “중국의 발전을 보여주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해석해서도 안 될 것이다.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비핵화 3단계 회담’을 주장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중국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 그리고 ‘천안함과 비핵화’에 대한 고차원 방정식을 일거에 풀기 위해 김정일을 초청했는지 모른다.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진전’ ‘북한 경제개혁’ 등 굵직한 사안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북한의 대중국 종속을 우려하기보다 북한 지도부의 방중을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동하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좋든 싫든 남한과 북한은 상호 각자의 필요에 따라 중국의 기여와 역할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中, 개혁개방의 쓴약 권해야

그러나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할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영향력 확대에만 집착하는 ‘양다리 걸치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을 때마다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책임대국의 역할에 부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김정일 방중 때마다 원조를 통해 북한의 수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수혈자’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개혁·개방이라는 쓴 약을 권하는 진정한 ‘조혈자’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