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벌자고 인원 제한 풀면 숲길 훼손 그럼 후손에게 물려줄게 사라져”

입력 2011-05-24 18:00


금강소나무숲길의 출발점인 경북 울진 북면 두천1리에는 32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마을에는 탐방객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챙겨주는 민박집이 10곳이나 된다. 울진숲길 운영위원이자 두천1리 민박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수봉(59)씨 가족도 민박집을 하고 있다.

“하루 80명의 인원 제한을 풀자고 하거나 숲길을 확장하자는 주민도 있지만 더 늘리면 욕심이 생겨 자연도 훼손될 것입니다. 그러면 후손에게 물려줄 게 없어집니다.”

장씨는 지난 18일 민박을 하는 기자 일행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 추수철까지 고정소득이 없는데 소득이 좀 되니까 좋고, 할매들밖에 못 보고 사는데 매일 아침 젊은 사람들 보니까 좋고….” 장씨의 부인 남정희씨는 막걸리 안주로 두릅나물과 참나물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송이버섯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도 먹을 수 있었다.

녹색연합 활동가 배제선씨는 “이 지역에서 기른 농산물만 써서 식사와 도시락을 대접하는데 맛이 좋아 탐방객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지난해 여름 처음 민박을 칠 때는 탐방객 입맛에 맞추려고 읍내에 나가 단무지, 맛살을 사 김밥을 싸곤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곳 특산물과 농작물이 도시사람에게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며 웃었다.

민박집이 잘되니 민박을 하지 않는 이웃 할머니들이 시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장씨는 민박집에서 벌이들인 수입의 10%를 거두어 마을 공동소득으로 분배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모두 불만이 없어졌다.

숲해설사가 되겠다고 나선 주민이 없었더라면 숲길도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숲해설사에게 주5일 근무에 월 100만원의 소득은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시골생활에 크게 부족한 것도 아니다. 산림청과 녹색연합은 현재 개통된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13.5㎞)에 이어 12령 바지게길의 2∼4구간(38.4㎞)을 모두 복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시적이고 대규모로 사업을 벌이려는 울진군과 지금처럼 이용규모를 제한하려는 산림청 사이에 갈등이 있다. 장씨는 “두천1리에 과거 보부상이 쉬어가던 주막거리를 재현하는 체험시설과 단체손님을 받을 큰 숙소 정도만 군에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숲해설가 정만식씨는 “주민들이 군의 구상처럼 펜션을 여러 동 짓는 식의 외형적 확장에는 반대하지만 체험시설을 추가하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