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사형수 이철수의 구명운동에서 깨달은 것…'은혜인생'
입력 2011-05-24 16:37
은혜 인생/유재건/두란노
[미션라이프]1982년 9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법정. 판사의 손에는 12명의 배심원들에게 전달 받은 평결문이 들려 있었다. “피고 이철수에게 배심원 전원 합의로 무죄를 평결합니다.” 방청객의 반 이상이 영어를 모르는 이민 교포들이어서 다들 눈만 끔벅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6년의 시간을 무료변론 해온 유재건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여러분 이철수는 무죄예요! 무죄!”라고 외쳤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20여명의 환호성이 폭죽처럼 빵 하고 터져 나왔다.
77년 8월, 저자 유재건(74) 변호사는 우연히 신문에서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까지 받은 동포 청년 이철수씨의 기구한 사연을 접하게 됐다. 이때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다. “죽음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죽임 당하게 된 사람들을 구해 내어라. 만약 네가 ‘이것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가 없다’라고 할지라도 마음을 살펴보시는 분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시겠느냐?(잠24:11,12)”
억울한 재판 결과로 사람의 목숨이 희생당해서 안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형수 이철수의 구명운동은 그의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이후 그의 인생은 하나님께서 준비한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내 인생에 하나님의 수많은 은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 나의 의와 힘이 작용해 구부러진 길도 걸어왔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의 최종 목적지는 주님께서 은혜로 허락하신 곳임에 틀림없다. 이제 나는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같은 존재이길 희망하며,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살길 원한다.”
그는 어린시절 만난 영의 아버지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또렷하게 가지고 있다.
“빌립보서 4장 11~13절 말씀이 갑자기 내 가슴을 쿵 하고 두드렸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살아 움직여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동시에 늘 빈자리로 기다리게만 하던 육신의 아버지 자리를 영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가득 채워 주셨다. 물론 교회에 다닌다고 갑자기 가난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고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지만, 이 말씀이 ‘하나님이 유재건에게 주신 말씀’이 된 그 순간부터 유리컵에 깨끗한 생수가 흘러넘치듯 기쁨과 자신감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또 그가 변호사 자격시험을 아홉 번이나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님의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란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가족에게 미안하고 주변사람에게 부끄럽지만 분명히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신 하나님 때문에 나는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드디어 변호사 자격시험에 붙었다. 마흔한 살의 늦둥이 변호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맡은 사건이 바로 이철수 사건이었다.”
그는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이 함께하신 은혜 인생이었다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사랑의 용광로’이신 어머니를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천은 손해를 보더라도 공의를 위해서라면 사랑을 베풀며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유언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은혜 인생’은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로 점철된 한 사람의 인생 속에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준다. 특히 하나님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세상 만물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생생하게 간증한다. 또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 15~17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당시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그는 ‘내 지혜로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말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