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면서 농사 어떻게” “직불금 수령 정당”… 서규용 농수산부 장관 후보 청문회
입력 2011-05-23 21:45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23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쌀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서 후보자는 2001년 농림부 차관보 재직시절 쌀직불금제도를 만든 당사자다. 그가 “쌀직불금을 받은 것은 정당하지만 생각해 보니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버티면서 정책질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서 후보자는 충북 청주시 일대에 과수원과 전답을 소유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2년 동안 59만8000원의 쌀직불금을 수령했다.
그는 “고향에서 뼈를 묻고 싶었다. 농어민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다”며 부당수령 의혹을 부인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유치원 주말농장이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쌀직불금 수령 당시 농민신문 대표였던 서 후보자의 실제 거주지는 서울이었기 때문에 경작이 불가능했다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판단이다.
서 후보자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느냐”는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의 질의에 “휴무 때나 주말에 내려갔다”며 “제가 못자리 설치할 때 도와주고 물꼬를 보는 등 부차적인 것은 (현지에 있는) 형님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에 류 의원은 “농민은 농사를 피땀 흘려 짓는다고 한다”며 “주말에 농사를 짓는다니, 그렇게 농사를 쉽게 보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처신 잘못한 것을 인정해야지, 왜 자꾸 말싸움하고 피곤하게 만드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김우남 김영록 의원은 서 후보자가 해당 토지를 일부 매도하면서 ‘8년간 자경’을 이유로 양도소득세 2390만원을 감면받은 것을 언급하며 “쌀직불금은 양도소득세를 피하려고 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최인기 위원장은 서 후보자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 진짜 정당하게 살았다”고 말하자 “동서양의 과거 선인들이나 존경하는 종교지도자들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겸손하라”고 충고했다.
서 후보자가 농림부 차관 퇴임 이후 지역에서 활동한 행적도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국회의원이나 군수에 출마하려고 여러 단체 만들어서 활동하고 정부예산을 따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서 후보자는 “제가 하는 일이 옳아서 국가가 지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열린우리당 문을 두드리다,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가 청원군수 공천 탈락하자 탈당했다가 다시 재입당하는 등 지난 8년간 끊임없이 정치권을 기웃거렸다”고 비판했다. 서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개과천선하겠다”고 말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