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위기… 亞 증시 동반 폭락

입력 2011-05-23 21:31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진 데 놀란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79포인트(2.64%) 떨어진 2055.7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4093억원을 팔며 8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는 1.52%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93% 폭락했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2.11%, 호주 증시는 1.88%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 폭락은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약화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세 단계 강등하자마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자체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디폴트 가능성을 시인하기까지 했다. 한국거래소 라성채 시황분석팀장은 “유럽 불안으로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채권 등 안전자산 쪽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저항선마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환율은 유로화 약세를 타고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5.10원 오른 1097.90원으로 마감하면서 5거래일 만에 1090원대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시장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 정의석 리서치센터장은 “남유럽 재정위기는 본질적 해결이 힘들어 시장 불안감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000대 초반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3분기 중반까지도 시장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은 그리스 정부가 추가지원 합의 등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채무재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