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노조 정당 불법 후원금 혐의 포착… 칼 뽑은 檢
입력 2011-05-23 22:11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 기업 노조로부터 뭉칫돈 성격의 거액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 포착돼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특정 국회의원에게 10만원씩 편법 전달하는 일명 ‘쪼개기’ 수법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2부는 지난 20일 LIG손해보험과 KDB생명(옛 금호생명)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두 회사 노조 사무실에서 2009년 수입·지출 내역이 적힌 회계 장부와 각종 영수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노조가 2009년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여러 차례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정치자금법 31조는 노조 등 단체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4조에는 정당이 당원이 내는 당비 이외에는 어떠한 돈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검찰은 두 노조가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돈을 줬다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두 노조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소속 정치인 개인이 아닌 정당 자체를 보고 돈을 건넨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갹출한 뒤 모아진 돈을 정당 간부를 통해 당에 일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원이 아닌 조합원의 돈이 당에 흘러들어간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노조 및 정당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당 회계 라인에 있는 실무 회계책임자, 당 사무총장, 당 대표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으로 고발한 사건을 접수해 지금까지 7개월 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 기간 내사를 했으며 청목회 등 기존 쪼개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불법 행위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두 노조와 유사한 혐의로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기업 노조가 전국적으로 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대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주노총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가 정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