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살리는 길, 기도로 열자… 전기총 주최 비상특별 금식기도회

입력 2011-05-23 20:50


23일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은 오후에 들면서 녹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한여름을 연상케 할 정도의 더위에도 기도원으로 올라오는 녹색 조끼를 입은 이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직장인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예배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대성전은 온통 녹색으로 채색됐다. 전국기독교총연합회(전기총) 주관의 ‘한국교회와 국가를 위한 비상특별금식기도회’에 참석한 전국의 교역자들은 마음은 하나였다. 마치 복장의 색깔을 맞춘 것처럼 통일됐다. 특히 전국의 교역자들이 한 자리에서 금식기도를 드린 것은 한국교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참석자들은 총체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은 오직 요나처럼 회개하고 에스더처럼 결사적으로 기도하는 길밖에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교역자들은 이날부터 72시간 일제히 금식기도에 돌입했다.

개회예배는 오후 5시에 시작됐다. 기도회의 슬로건은 ‘기도하는 민족은 망하지 않는다’. 먼저 태극기와 전기총 깃발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등 전국 16개 시·도 대회기가 입장했다.

금식기도회 첫날 설교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맡았다. 조 목사는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역대하 7장 14절을 통해 하나님이 뜨거운 마음을 주셨다”면서 “하나님이 이 시간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고 계신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이어 “오늘날 우리는 십자가 없는 불의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교단과 교회가 분열하고 있다”면서 “내가 죽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고난주간 새벽기도회 중에 성도들 앞에 꿇어 엎드려 회개하라는 하나님 말씀과 싸웠다”면서 “75세 먹은 영감이 꿇어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 힘들지만 교만과 오만도 버리고 욕심과 탐심도 버리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 목사는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심정으로 ‘옛사람’의 허물을 벗으라고 주문했다. 그는 “신앙인이 되어야지 종교인이 되면 안 된다”면서 “종교라는 간판으로 서로 죽이고 빼앗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엄신형 전기총 대표회장은 축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불신의 골리앗을 물리쳐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다”면서 “이번 성회를 통해 1970년대에 일어난 한국교회 성령 폭발의 역사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축복의 새 통로가 열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날 기도회는 밤이 이슥하도록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나라의 안정과 경제성장, 대통령과 국가 위정자들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자연재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도회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