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美국방 “국방비 삭감 반대”
입력 2011-05-23 18:11
로버트 게이츠(68)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예산 삭감 계획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그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창한 ‘소프트파워’보다 군사력 우위의 ‘하드파워’를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노터데임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예측할 수 없는 안보환경에서 국방예산을 줄이면 미국의 국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장관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중동의 재스민 혁명, 신흥국의 도전, 이란과 북한의 핵확산,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도 폭력적 극단주의가 끝났다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향후 12년간 4000억 달러(438조8000억원)의 국방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게이츠의 입장은 강경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소프트파워를 지지해 왔다”면서도 “21세기 독재자들과 테러리스트의 위협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정적자로 예산삭감은 필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경제위기로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미국을 강하고 안전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강조한 일방주의적 외교노선과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외교와 경제협력을 활용한 소프트파워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국제 개입에서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소프트파워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던 그가 강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동안의 행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게이츠 장관은 부시 행정부 때 국방장관에 임명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국방장관직을 수행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그는 다음달 4년6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