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예멘 대통령 퇴진 거부

입력 2011-05-23 18:09

33년간 장기 집권해 온 예멘 대통령이 결국 퇴진을 거부했다. 중재안을 내놓았던 걸프협력협의회(GCC)도 중재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예멘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대통령 퇴진에 관한 여야의 합의 서명은 대통령궁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다른 곳에서 이뤄진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전날 야권이 GCC 사무총장과 미·영·유럽연합(EU)·아랍에미리트(UAE) 대사들을 만나 중재안에 먼저 서명한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살레 대통령은 전에도 중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여러 이유로 서명 직전 이를 거부, 서명식이 두 차례 무산됐었다.

중재안은 살레 대통령에게 사후 처벌 면제를 보장하는 대신, 그가 서명한 뒤 30일 이내에 사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살레 대통령이 중재안 서명을 사실상 거부하자 이를 주도했던 GCC는 성명을 내고 “적절한 조건 충족이 안 돼 중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십만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예멘 각지에서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친정부 시위대는 중재안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퇴진 협상 중재가 진행된 UAE 대사관을 포위해 외교관들이 공관에 갇혀 있다가 예멘 군 헬기에 의해 간신히 탈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