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잠룡들 줄줄이 “불출마”

입력 2011-05-23 18:08

“저도 출마 안 합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유력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선거 분위기가 싸늘히 식고 있다.

◇릴레이 불출마 선언=공화당 유력 대권 예비후보로 손꼽혔던 미치 대니얼스(62) 인디애나 주지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폴 라이언(41) 하원 예산위원장도 22일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내 입장은 확고하다.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4일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16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새에 무려 4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올해 초부터로 기간을 늘리면 마이크 펜스 하원의원,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 등 불출마 선언자 명단이 길어진다.

◇“지는 게임은 싫다”=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에서 현역 대통령의 승률은 매우 높다. 20세기 이후 미국 대선에서 현역 대통령과 맞상대해 이긴 사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뿐이다. 가장 약했던 현역 대통령으로 평가됐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4년 선거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후보들로선 출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맞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선거에 졌던 현역 대통령들은 모두 ‘경제 실패’라는 오점을 안고 있었다. 레이건에게 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란 사태와 최악의 경제 운영 탓에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주 꼽힌다. 클린턴에게 패배한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이라크 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 불황으로 쓴잔을 마셨다. 이는 최악의 경제 실패만 없다면 현역 대통령은 웬만해선 선거에서 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경제 상태는 2008년 경제위기를 딛고 회복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한 흐름이다.

두 번 도전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1952년과 56년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 두 번 맞붙었던 애들레이 스티븐슨 이후 대권에 두 번 출마한 후보는 없었다.

◇골치 아픈 공화당=오바마 대항마가 없는 공화당은 유력 예비후보들의 불출마 선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역 대통령을 꺾기 위해선 당내 경선 흥행에서 시작해 대선까지 이어지는 바람몰이가 필요한데 예비후보 수가 자꾸 줄어 고민이다. 경선 흥행이 선거자금 모집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자금 모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잠룡 중 1명인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가 22일 경선 도전을 공식 선언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오바마 정권에서 주중 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3인의 경쟁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