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확인에 14분 순차통역 진땀… 소말리아 해적 국민참여재판 시작
입력 2011-05-23 18:01
국내외 관심 속에 23일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열린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첫 재판은 국어∼영어∼소말리아어 등 3개 국어 순차통역으로 진행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보통 피고인 4명의 이름과 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2분 안팎이지만 이번 해적 4명의 인정신문 때 걸린 시간은 통역문제로 14분이나 걸렸고 재판일정도 애초보다 30분가량 지연됐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복잡한 법률용어가 등장하면 5일간의 재판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부장판사 김진석)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재판장의 인정신문과 검찰의 모두 진술이 한국인 통역원에 의해 영어로 통역되면 호주인 통역원이 이를 받아 소말리아어로 피고인에게 전달했다. 피고인들의 발언도 역순으로 통역돼 재판장에게 전달돼 짧은 의사소통이 이뤄지는데도 최소 1분 이상 소요됐다.
특히 피고인 인정신문에서는 해적들이 3개 언어를 거쳐 통역된 말을 못 알아듣거나 정확한 이름과 발음을 교정하느라 시간이 30여분 이상 지체됐다.
검찰은 이날 무장 해적들의 삼호주얼리호 납치와 선원 인질 및 몸값요구, 석 선장에 보복성 총격 등 8가지 범행을 밝히고 해상강도 살인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라이 등 피고인들은 범행을 상당부분 시인했으나 살인미수 혐의만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교도관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은 해적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통역원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크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배심원은 30∼60대 회사원과 주부 등 남자 5명, 여자 7명으로 정식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3명으로 구성됐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고려해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는 장면을 언론매체가 30초간 촬영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테러 가능성 등을 우려해 재판부와 검사, 배심원, 미성년인 아울 브랄랫(18) 피고인 등에 대한 촬영은 금지했다.
석해균(58) 선장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마호메드 아라이(23) 등 해적 4명은 5일간 재판을 받은 뒤 27일 선고받게 된다. 각종 혐의를 인정하고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21)는 6월1일 일반재판을 받는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