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2004년 자진 상장폐지 왜… “불법 자행하려 걸림돌 치우기”

입력 2011-05-23 22:10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통해 거액의 불법 대출을 하기 직전인 2004년 스스로 상장폐지한 것을 확인하고 불법 대출과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부당행위 작심하고 상장폐지?=부산저축은행 이사회는 2004년 5월 21일 주식 공개매수 방식을 통한 상장폐지 신청을 결의했다. 당시 이사회는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로 외부자금 조달이 불필요하고, 비공개 기업으로서 영업활동에만 전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김민영 은행장 등 구속 기소된 경영진이 당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부산저축은행은 같은 해 7월 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 안을 통과시키고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제외한 3만9000여주를 전량 매수했다. 코스닥 시장 본부는 그해 12월 부산저축은행 상장폐지를 공시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상장폐지를 결의, 추진하던 무렵부터 투기적 개발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검찰이 상장폐지를 각종 외부제약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이유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공시규제, 소액주주의 간섭, 영업현황 노출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장을 폐지한 뒤 거액을 불법 대출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2004년 이후 부산저축은행의 부당 대출이 집중됐던 SPC 사업을 중심으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캐고 있다. 인천 효성지구 재개발 사업, 대전 서구 관저4지구 개발 사업, 전남 신안 개발 사업, 경기도 시흥 납골당 사업 등이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SPC를 이용한 불법 대출이나 해외 투자를 빙자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 풀’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월인석보 등 고서화 확보=검찰은 김 은행장이 소장했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심모씨에게 매도한 ‘월인석보 권 9·10’ ‘경국대전 권3’ 등 보물 18점과 고서화 등 1000여점의 문화재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보물 18점 매매대금 10억원을 심씨에게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했다”며 “제출받은 문화재는 조만간 예금보험공사에 인계하되 보관 등 문제는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은행장 소장 문화재는 은행 경영진의 손해배상액이 확정된 이후 공매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구속기소된 금감원 2급 검사역 정모씨가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고급 차량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정씨 공소장에서 “정씨는 오 대표에게 ‘그랜저 TG 3.3 승용차가 참 좋은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고 있다. 행장님이 한 대 사주시면 정말 은혜를 잊지 않고 잘하겠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자동차 대리점에 먼저 차량 대금을 입금한 뒤 그 다음달 그랜저를 인수받을 때 오 대표에게 차값 4100만원을 돌려받았다.

한편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강원상호저축은행장인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이 근무도 하지 않은 큰아들 김모 전 부행장에게 2009년부터 1년8개월간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서울지점에서 부행장 개인접대비(4000만원)를 쓰는 등 회삿돈 3억여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