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장쩌민과 만나 무슨 얘기 나눴을까… ‘개방 노하우’ 전수?
입력 2011-05-24 01:2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까지 내려간 이상 장 전 주석과의 회동은 기정사실화됐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의 회동은 그동안 관례나 서로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러나 중국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은퇴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확인하지 않는 관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 3월 장 전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김 위원장은 당시 김일성 주석 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던 시기로 정상회담에 배석도 하고 환송식에도 참석했다. 장 전 주석과 김일성 주석의 관계도 두 사람 간 인연에 영향을 미쳤다. 김일성 주석은 1991년 10월 장 전 주석과 바로 이곳 양저우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 사후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때마다 장 전 주석을 만났다.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방중 때는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장 전 주석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났지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하고 있던 2004년 4월 방중했을 때도 그를 만났다. 2006년 1월 네 번째 방중 때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장 전 주석으로부터 환대받았다.
장 전 주석은 중국 개혁·개방의 완성자로서 김 위원장과의 이번 회동에서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통한 개혁·개방의 노하우를 얘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앙정부에서 김 위원장에게 과감한 개혁·개방을 압박하고,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장 전 주석과의 회동을 안배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3대 세습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장 전 주석의 입을 통해 중국의 지지를 받고, 중국 입장에선 지도부가 직접 나서는 부담을 피해 우회적 지지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지난 22일 밤 장 전 주석과 회동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다. 하지만 밤 8시50분이 넘어 양저우 영빈관에 도착한데다 무박3일 동안 3000㎞ 넘게 달려온 69세 김 위원장의 건강과 투병생활 중인 84세 장 전 주석의 형편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